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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시선] '사비로 아버지까지 초청' 시상식의 가치를 높인 페디

최근 몇 년 동안 KBO(한국야구위원회) 시상식은 반쪽짜리 행사였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외국인 선수들이 하나같이 시상식에 불참한 탓이다. 2019년에는 정재훈 코치, 2020년에는 김강 코치가 각각 조쉬 린드블럼(당시 두산 베어스)과 멜 로하스 주니어(당시 KT 위즈) 대신 단상에 올랐다. 2021년에는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가 불참, 배영수 코치가 대리 수상했다.외국인 선수가 연말 시상식에 참석하는 건 쉽지 않다. 시즌 일정을 마치면 바로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런 면에서 올해 KBO 시상식은 '위기'였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NC 다이노스)가 유력한 MVP 후보여서 시상식이 다시 한번 반쪽으로 전락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페디는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은 물론이고 올해 새로 생긴 수비상까지 트로피 4개를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다관왕을 차지한 그가 없으면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기우였을까. 지난 26일 입국한 페디는 이튿날 열린 KBO 시상식에 참석, 자리를 빛냈다. 그의 곁에는 아버지 스콧 페디도 함께였다. MVP를 받은 뒤 "이 상은 아버지의 것"이라고 말한 아들과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아버지의 인터뷰는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불참하기 일쑤였던 앞선 외국인 선수와 달리 사비로 아버지까지 초청한 페디의 진심은 연말 시상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페디는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2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선수다.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한 그는 삼진 209개를 잡아내 KBO리그 역대 다섯 번째 '시즌 20승·200탈삼진'을 동시 달성했다. 흠잡을 곳 없는 기량을 갖췄지만,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불필요한 오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준플레이오프(준PO) 등판이 불발됐고 플레이오프(PO)에선 1경기만 소화하자 태업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그의 인품을 의심하지 않았다. 연말 시상식 참석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크게 놀라지 않았던 이유다.페디의 재계약은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 구단의 관심이 워낙 커 잔류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혔다. 설령 KBO리그를 떠나더라도 페디가 보여준 시상식의 품격은 꽤 오랫동안 기억될 거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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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김서현·장현석보다 못 하다? 한화가 선택한 '황준서표' 매력

장충고 황준서(19)는 지난 9월 열린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지명 당시만 해도 기대감이 넘치는 1순위 선수는 아니었다. 한화는 황준서에 앞서 2년 동안 1차 지명과 전체 1순위로 문동주와 김서현을 뽑았다. 두 투수 모두 고교 시절 최고 155㎞/h 강속구를 뿌렸고, 올해는 프로 마운드에서 160㎞/h에 육박하는 구속을 기록했다.문동주, 김서현과 달리 황준서의 최고 구속은 140㎞/h대 후반이다. 게다가 지명을 앞두고는 140㎞/h대 초반까지 구속이 떨어졌다. 체격도 선배들보다 작은 편이다. 더군다나 함께 1순위로 거론됐던 '라이벌' 장현석(마산용마고)은 최고 158㎞/h를 뿌린 전형적인 특급 광속구 투수였다. 상대적으로 황준서의 잠재력이 저평가받은 이유다.당장의 구속이 조금 떨어질 뿐, 황준서의 잠재력 역시 특급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결정구 스플리터다. 통상 왼손 투수는 왼손 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쓰는 것과 반대다. 낯섦은 무기가 된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규정 이닝의 30% 이상을 소화한 왼손 투수 중 스플리터를 10% 이상 구사한 이는 앤디 밴 헤켄(당시 넥센 히어로즈)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 베어스) 김광현(SSG 랜더스) 차우찬(당시 삼성 라이온즈·LG 트윈스) 구창모, 김영규(이상 NC 다이노스) 김택형(당시 SSG) 최승용(두산)뿐이었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최승용을 제외하면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필승조였다. 황준서의 독특함은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다.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황준서는 스플리터를 유인구(볼)와 스트라이크로 나눠 던질 수 있을 정도의 투구 감각을 갖췄다"며 "스플리터의 낙폭과 무브먼트는 1군에서 통할 수준"이라고 호평했다. 스플리터는 반드시 직구와 조합이 필요한 구종이고, 구속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민혁 팀장은 "황준서가 올해 초만 해도 구속이 잘 나왔고, 피지컬도 지금보다 좋은 상태였다"며 "지명 전 (손혁) 단장, (최원호)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황준서가 현재 구속은 떨어졌으나 이는 체중 감소 때문이다. 구단이 관리하면 구속도 올라올 것이라고 전했다"고 했다. 한화는 현재 8㎏ 정도 떨어졌던 황준서의 체중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체중을 회복해 150㎞/h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면 앞서 활약한 '왼손 스플리터' 선배들의 성공 가도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확실한 결정구, 구속 회복 가능성에 멘털 역시 호평이다. 정민혁 팀장은 "멘털도 좋다. 1·2학년 때는 마운드 위에서 소극적이었지만, 3학년이 되니 마운드 위에서 행동도 (에이스답게) 달라졌다. 착한 선수인데 승부처에 들어서면 달라질 줄 안다"고 칭찬했다. 이어 "문동주, 김서현과 유형이 정말 다른 투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정말 야구밖에 모른다"며 "문동주는 말할 것도 없고 김서현도 쉴 때도 야구공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르는 선수다. 황준서 역시 마찬가지다. 세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나와 한화가 다시 올라갈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1.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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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2년 전 '절친'과 WC 한판 승부…진화한 곽빈은 그때와 다를까

곽빈(두산 베어스)에게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의 의미는 제법 크다.곽빈은 2년 전 두산의 포스트시즌(PS) 1선발이었다. 성적 순이라기보단 사정이 있었다. 당시 두산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2선발 최원준은 정규시즌 막판 순위 싸움 때 등판했다. 최종전까지 마치고 4위가 확정된 두산은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할 여유가 없었다. 사실상 후반기 3선발 역할을 하던 곽빈만 WC 1차전 등판이 가능했다.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 첫 해였다. 직구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다. 그래도 나섰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하며 서울 지역 양대 강속구 유망주로 꼽혔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었다. 그때 맞대결은 안우진의 승리였다. 안우진이 6과 3분의 1이닝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반면 곽빈은 4와 3분의 2이닝 4탈삼진 1실점을 남겼다. 실점은 곽빈이 적었으나 안우진의 경기 내용이 워낙 좋았고, 경기도 키움의 승리였다.곽빈은 그해 한국시리즈(KS)에서도 1차전 선발이었다.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쉽지 않은 경험을 가득 쌓고 2021년을 마감했다. 곽빈은 그때를 두고 "가장 친한 친구와 PS 맞대결을 펼쳤다.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였다. 어린 나이에 정말 좋은 기회를 경험했다"고 떠올렸다. 2년이 지났다. 곽빈은 그 동안 두 시즌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뛰었다. 아직은 불안하지만, 이제 팀의 국내 에이스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올 시즌 23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했다. 부상과 아시안게임 차출로 규정 이닝은 채우지 못했으나 투구의 질이 뛰어났다. 제구가 되지 않을 때 고전했던 기복도 바뀌고 있다. 구종 비율 변화로 이를 풀어가며 서서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변화는 숫자로도 나온다. 당시 9이닝당 7.21개에 달했던 볼넷은 지난해 3.66개, 올해 4.10개로 줄었다. 당시 4.10에었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3.78이었고 올해 2점대까지 낮아졌다. 투수 본인도 공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안했던 제구는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어색했던 포크볼 대신 체인지업 활용을 늘리고, 팔 각도도 자연스럽다. 공격적인 커브 구사도 시즌 중 재미를 봤다. 제구가 되지 않는 날 다른 방법을 통해 풀어가는 투수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진정한 프로 1군 투수가 되어가는 중이다.곽빈이 짊어진 무게는 2년 전보다 커졌다. 2년 전 팀은 4위였다. 1차전을 져도 2차전에 이기면 됐고, 실제로 그렇게 이겨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국내 에이스는 최원준이었다. 사령탑도 백전노장인 김태형 감독이었다. 반면 지금 두산은 5위다. 1차전을 지면, 곽빈이 무너지면 두산의 2023시즌도 끝이다. 국내 에이스도 곽빈 자신이다. 사령탑은 '초보' 이승엽 감독이다. 곽빈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갔다가 결국 출전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담 증세에 고열까지 찾아왔던 탓이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하지 못하고도 큰 무대라는 자산을 얻었다면, 항저우에서는 아쉬움과 그만큼의 각오를 얻고 왔을 거다.2년 전과 똑같은 무대로 돌아왔다. 그에게는 2년 동안 달라진 것을 펼치고 항저우에서의 아쉬움을 풀어버릴 기회다. 열쇠는 오롯이 곽빈 본인에게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0.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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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2선발→5선발' 최원준, 후반기 반등 가능할까

최원준(28)은 지난 3년간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대들보였다. 2020년 선발 투수로 안착한 이래 3시즌 동안 30승 19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투수 통틀어 으뜸이었다.최원준의 존재는 왕조 막판을 향해 달려가던 두산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 특히 2021년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의 이탈, 2022년 아리엘 미란다의 부상으로 선발 공백이 심각했을 때 최원준이 원투 펀치의 한 자리를 맡았다. 장원준과 유희관 이후 국내 선발 투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두산으로서는 천군만마였다. 올 시즌은 주춤하다. 전반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5.08에 그쳤다. 지난 3년간 투구 수가 많았던 여파가 없지 않다. 2021년(138.3㎞/h)에 비해 올해(137㎞/h) 직구 평균 구속이 2㎞/h 이상 떨어졌다. 당시 0.244였던 구종(직구) 피안타율도 올해는 0.294로 올랐고, 구종(직구) 피장타율도 0.392에서 0.472로 올랐다.지난 2년과 달리 두산 선발진이 대폭 개선되면서 최원준의 부진이 더 도드라졌다. 라울 알칸타라(9승 3패 평균자책점 2.03) 곽빈(8승 2패 평균자책점 2.08) 원투 펀치가 견고한 데다, 대체 외국인 브랜든 와델(2승 1패 평균자책점 1.04)의 기세가 무섭다. 영건 김동주(2승 4패 평균자책점 3.31)의 기세도 놀랍다. 결과적으로 국내 에이스였던 최원준이 사실상 5선발에 그치게 됐다. 부진하지만 여전히 후배들에겐 든든한 선배이자 멘토다. 곽빈은 "2021년부터 언제나 (최)원준이 형과 룸메이트였다. 원준 형 덕분에 이 위치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형과 항상 같이 자고, 붙어 다니면서 (투구에 대해) 궁금할 때마다 질문했다. 내가 못 던져서 답답해할 때 많이 도와주셨다"며 "형의 노하우를 들은 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지금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형에게 너무 많이 배워서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가르쳐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반등 기미도 있다. 최원준은 지난 9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닝 부담을 줄인다면 내용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 경기에서 그가 타선을 처음 상대할 때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가 0.732, 두 번째로 상대할 때 OPS가 0.622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 타순이 세 바퀴 돌면 수치가 1.295로 급증한다. 5~6이닝만 던진다면 노련한 피칭을 기대할 수 있다. 최원준이 부담을 덜고 5선발 자리에서 부활한다면 두산 상승세의 '키'가 될 수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7.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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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전반기 탈삼진 1위' 안우진, 역대 최초 2년 연속 200K 도전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탈삼진 부문 역대 최초 기록을 노린다. 안우진은 현재 KBO리그 넘버원 ‘탈삼진 머신’이다. 지난 시즌(2022) 224개를 잡아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야구 레전드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갖고 있던 종전 ‘국내 투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223개·1984년) 기록을 넘어섰다. 전 두산 베어스 소속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2021년 세운 역대 최다 기록(225개)에는 1개 모자랐다. 올 시즌 전반기도 탈삼진 부문 1위를 지켰다. 등판한 17경기에서 130개를 기록하며 2위 에릭 페디(109개·NC 다이노스)에 21개 앞섰다.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경기가 5번이나 된다. 안우진은 평균 구속이 153.4㎞/h에 이를만큼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던진다. 변화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를 활용한 완급 조절 능력은 지난해보다 좋아졌다.역대 단일시즌 기준으로 200탈삼진을 넘어선 투수는 총 11명이다. 횟수로는 15번.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1986·1988·1991년)이 3번으로 가장 많았고, 고(故) 최동원(1984·1987년) 전 감독과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2006·2012년)이 각각 2번 기록했다. 아직 2년 연속 200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1988년 200개를 기록했던 선동열 전 감독이 이듬해 198개에서 멈춰 섰다.안우진이 기라성 같은 선배 선발 투수들도 하지 못한 기록에 도전한다. 키움은 전반기 86경기를 치렀다. 안우진도 최소 12번 이상 더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올 시즌 경기당(소화 이닝 기준) 탈삼진은 7.65개.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200탈삼진을 넘을 수 있다.안우진은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4점 이상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이 3경기에서도 탈삼진 23개를 잡아냈다. 안우진은 “전반기 막판에 점수를 내주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고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팀 성적(9위·38승2무46패)은 내가 원한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키움은 전반기 막판 베테랑 셋업맨 원종현이 오른쪽 팔꿈치 부상, 장타력이 좋은 임지열이 오른쪽 엄지손가락 골절상으로 이탈했다. 믿을 건 안우진이 이끄는 선발진뿐이다. 안우진도 팀 성적 반등을 위해 매진한다. 정규시즌 초반 연마해 종종 활용했던 스위퍼(Sweeper)도 후반기엔 쓰지 않을 생각이다. 안우진은 “스위퍼를 쓰다가, 종전 슬라이더를 던지는 감각이 이상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연습도 안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팀 성적이 중요한 시기에 완성도가 부족한 구종을 시험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안우진이 팀 승리, 적은 실점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탈삼진도 늘어날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7.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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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구종 하나 더했을 뿐인데…에이스로 돌아온 브랜든

브랜든 와델(29·두산 베어스)이 지난해와 전혀 다른 투수가 돼 돌아왔다. 브랜든은 올 시즌 3경기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0.90(11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3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이 20이닝에 달하고, 탈삼진도 21개나 된다. 이닝 소화력이나 각종 비율 성적에서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꼽히는 에릭 페디(NC 다이노스) 라울 알칸타라(두산) 아담 플럿코(LG 트윈스)에 뒤지지 않는다.두산이 이런 성적을 기대하고 그를 재영입한 건 아니다. 브랜든은 이미 지난해에도 아리엘 미란다의 대체 선수로 두산에서 뛰었다. 당시 그는 '견적'이 나오는 투수였다. 그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다. 전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3점대 평균자책점도 기록했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직구 구속은 빠르지만,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 수 있는 위닝샷이 없었다. 넓은 홈 구장(서울 잠실)을 맞혀잡는 수준에 불과했다. 9이닝당 탈삼진이 5.54개에 불과했고, 헛스윙 비율도 20.1%에 그쳤다.현재까지 브랜든에 대한 트래킹 데이터는 지난 6월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기록이 전부다. 이후 등판한 울산과 포항 구장에는 측정 장비가 없다. 비록 한 경기지만, 올 시즌 브랜든의 투구 레퍼토리가 달라진 게 드러난다. 구속은 지난해 평균 146.5㎞/h(스포츠투아이 기준)에서 146.8㎞/h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신 레퍼토리가 변했다. 지난해 평균 136.7㎞/h 슬라이더를 구사했는데, 올해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은 131.7㎞/h다. 느려진 게 아니라 다른 공이다. 지난해는 각이 작고 빠른 커터(컷패스트볼) 성격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올해 던지는 슬라이더는 각이 크다. 스포츠투아이의 PTS는 브랜든이 올해 별도의 커터(평균 구속 138.9㎞/h)를 던진다고 관측했다. 이 공이 작년의 슬라이더라고 볼 수 있다. 커터는 변화하는 각이 작아 범타는 유도해도 헛스윙을 유도하기 힘들었지만, 각도가 큰 공을 추가한 게 탈심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브랜든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슬라이더를 추가한 게 유효한 것 같다. 이전보다 헛스윙을 많이 유도할 수 있다"며 "상하 움직임도 있어서 스위퍼보다는 슬라이더가 맞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A구단 관계자는 "브랜든의 슬라이더도 스위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브랜든은 "비시즌 동안 변화 각이 큰 구종을 원했다. 함께 운동한 동료들인 미치 켈러(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타일러 비디(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에게 물어봐 그립을 배우고 마음대로 던져봤는데, 잘 맞아 계속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MLB)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비디는 슬라이더를 던지지만, 켈러는 스위퍼를 구사한다. 브랜든은 12일 SSG 랜더스전에 등판 후 전반기를 마칠 예정이다. 깔끔한 시작 덕에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일정을 묻자 그는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고, 아내와 상의만 했다. 한국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닐 것 같다"며 웃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7.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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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압도적' 투표로 확인한 안우진의 주홍글씨

프로야구 올스타전 투표로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의 '주홍글씨'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안우진은 26일 발표된 프로야구 올스타전 투표 결과 선발 투수 부문 나눔 올스타 2위에 올랐다. 선수단 투표에선 355표 중 46.2%인 164표를 획득, 에릭 페디(NC 다이노스·99표)에 크게 앞섰다. 드림 올스타를 포함해 총 10명의 선발 투수가 투표 대상이었는데 선수단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게 안우진이었다.동료들의 표를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안우진은 올 시즌 14경기에 선발 등판, 5승 4패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했다. 득점 지원이 부족해 승리가 많은 건 아니지만 세부 지표가 수준급이다.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99) 피안타율(0.205) 모두 리그 톱3에 이름을 올린다. 페디가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탈삼진 부문 1위 자리마저 탈환, 부문 2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안우진은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 베어스)가 2021년 세운 단일 시즌 탈삼진 기록(225개)에 1개 부족한 224개로 데뷔 첫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다. 시속 150㎞대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 조합이 위력적이다.선수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투수'지만 팬심은 차갑다. 안우진은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28만5438표를 얻는 데 그쳤다. 나눔 올스타 선발 투수 5명(안우진·양현종·문동주·페디·아담 플럿코) 중 가장 적었다. 팬들이 가장 많이 지지한 양현종(KIA 타이거즈·92만7045표)과의 차이가 3배 이상. 그 결과 선수단 투표에서 양현종을 압도하고도 팬 투표 합산 총점에서 뒤처졌다. 향후 감독 추천으로 '별들의 무대'를 밟을 수 있긴 하지만, 팬 투표 결과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의 '과거'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안우진은 2018년 입단 당시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 문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이 징계로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가 국가대표 선발을 관리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AG) 등을 뛸 수 없는 상태다. 대한체육회가 아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표팀을 구성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은 가능하지만, 지난 3월 이마저도 좌절됐다. 그만큼 학교 폭력은 워낙 민감한 사회 문제이다. 지난 4월 항저우 AG 예비 엔트리에서도 제외된 안우진은 6월 최종 엔트리에서도 빠졌다.해외 진출 의사가 강한 안우진이지만 국제대회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에 따라 병역 혜택이 가능한 올림픽과 AG 출전이 원천적으로막혀있다.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1군 보상일수 획득도 어려워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지만, 학교 폭력 이력 탓에 운신의 폭이 좁다. 올스타전 출전도 마찬가지다. 선수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팬심에 밀려 '과거'만 다시 한번 조명됐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28 07:01
프로야구

독립리그도 보고, 대만도 보고…외국인 선수 시장의 바뀐 풍토

2019년 7월 NC 다이노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은 꽤 눈길을 끌었다. 에디 버틀러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자 미국 독립리그(Independent baseball league)에서 뛰던 왼손 투수 크리스천 프리드릭과 계약한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독립리그는 '변방'에 가까웠다. 마이너리그 레벨에서도 뛰기 어려운 선수들이 향하는 곳 중 하나가 독립리그였다. 즉시 전력감을 원하는 프로야구 구단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려웠다.최근 KBO리그에선 외국인 선수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목도가 떨어졌던 독립리그나 대만프로야구(CPBL)가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지난 16일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한 이안 맥키니의 직전 소속이 독립리그다. 프리드릭이 뛰었던 애틀랜틱리그에서 활약하다 18만5000만 달러(2억4000만원)에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년째 독립리그에서 뛴 맥키니는 개스토니아 허니 헌터스라는 구단에서 플레잉 코치를 맡기도 했다.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 계약한 브랜든 와델(등록명 브랜든)의 직전 소속은 CPBL이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두산에서 활약한 브랜든은 시즌 뒤 재계약에 실패, 대만으로 향했다. 딜런 파일의 대체 선수를 물색한 두산은 고심 끝에 브랜든의 손을 다시 잡았다. CPBL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어 감각 면에서 큰 문제 없고, KBO리그를 이미 경험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 라이언 카펜터(전 한화 이글스) 아리엘 미란다(전 두산) 숀 모리만도(전 SSG 랜더스)를 비롯해 최근 CPBL에서 국내로 유입하는 외국인 선수가 적지 않다.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CPBL 구단이 주요 선수를 '풀 개런티 계약'으로 묶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화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는 멕시칸리그에서 뛰다 국내로 유입됐다. 멕시칸리그도 KBO리그 스카우트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리그였다. 미국에서 밀려난 한물간 선수들이 뛴다는 이미지여서 영입을 꺼렸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미국엔 자원이 없다. 그나마 영입하려는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 잔류를 원해 이중고가 심하다. 영입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도 제한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스카우트가 어렵다"고 말했다.KBO리그는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이 연봉과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포함 최대 100만 달러(13억원)를 넘을 수 없다. 교체 외국인 선수는 잔여 개월(2~11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계약이 시작되는 2월부터 월에 10만 달러씩 줄어드는데 7월로 넘어가면 계약 총액 50만 달러 벽도 무너진다. 마이너리그 선수 연봉이 인상되고, 처우도 개선되면서 이들이 한국행을 선택할 이유가 줄었다. 영입에 큰 걸림돌이 없는 '틈새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다.B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CPBL에서 넘어온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 던졌다. 다른 리그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이전보다 작아진 것도 한몫한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27 12:13
프로야구

[IS 잠실] 2년 연속 '대체' 입국 브랜든 "컨디션, 작년보다 좋아요"

"신체적으로 준비가 더 잘 됐다. 선발로서의 컨디션은 확실히 작년보다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슬라이더도 연마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브랜든 와델(29·두산 베어스)이 2년 연속 두산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채워줄 수 있을까.두산은 지난 13일 딜런 파일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브랜든을 영입했다. '견적'이 나온 선수였기 때문이다. 브랜든은 이미 지난해에도 두산에서 뛰었다. 당시 부상으로 퇴출당한 전 MVP(최우수선수) 아리엘 미란다 대신 영입된 그는 11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화려하지 않았으나 평균 6이닝에 가까운 이닝 소화력을 보여주며 후반기 두산의 큰 힘을 보탰다.다만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두산은 그 대신 2선발로 딜런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수가 됐다.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평이 좋았던 딜런은 골타박 부상으로 시범경기와 4월을 통째로 날렸고, 5월에야 1군에 올랐으나 두 경기 부진 후 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후 통증이 재발하면서 그를 퇴출한 두산은 대만 리그로 옮겨 선발로 뛰어오던 브랜든을 재영입했다. 지난 16일 입국한 그는 17일 선수단 훈련 합류, 18일 일본에서 비자 발급 절차를 밟은 후 21일 재입국해 22일 불펜 피칭까지 마무리했다. 이승엽 감독은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 그의 첫 등판 경기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22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브랜든은 "당연히 두산에 돌아와 흥분되고 매우 행복하다. 지난해에도 좋은 모습을 팬분들께 보여드렸다고 생각하는데, 올해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브랜든은 "지난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팀원들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기에 집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지난해 느낌 그대로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와 다른 건 준비 과정이 순조로웠다는 거다. 그때는 (미국에서) 중간 투수로 반 시즌 동안 던지다가 한국에 와 빠르게 선발 투수로 전환해야 했다"며 "올해는 비시즌 때부터 몸을 차근차근 만들었고 선발로 준비된 상태에서 한국에 입국해 다시 선발 투수를 하게 돼 자신 있다"고 했다.브랜든은 "재계약 불발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한국에는 오고 싶었다. 실망보다는 어떻게 했어야 한국에서 더 잘했을까 생각했다. 비시즌 동안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올해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연구한 비시즌이었다"고 설명했다.한국에 대해 더 묻자 "가장 좋아했던 한식은 한국식 BBQ"라고 웃은 그는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본앴고 좋은 기억이 있다. 다시 와 매우 기뻤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더 오래 있고 싶다"고 했다.지난해 이상의 투구도 자신했다. 앞서 시즌 준비를 더 잘했다고 한 브랜든은 "신체적으로 더 잘 준비돼 선발로서의 컨디션은 확실히 작년보다 좋은 것 같다. 새로운 슬라이더도 연마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커터성 슬라이더를 구사했는데, 올해는 더 각이 큰 하드 슬라이더를 배웠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6.22 18:09
프로야구

'부상 변수'에 데인 두산, 검증된 브랜든 재영입 공식 발표 '28만 달러'

외국인 투수 부상으로 고전했던 두산 베어스가 검증된 카드를 꺼냈다.두산은 13일 "좌완 투수 브랜든 와델(29)을 총액 28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미국 출신인 브랜든은 지난해 이미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 바 있다. 당시 아리엘 미란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KBO리그를 찾아 11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을 남긴 바 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선발로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전 경기 5이닝 이상을 던졌고, 7이닝 이상 경기도 세 차례나 기록했다. 5실점 경기도 두 차례 있었으나 그외 9경기에서는 모두 2실점 이하로 준수했다.다만 두산과 인연은 잠시 끊어졌다. 두산은 브랜든 대신 또 다른 검증된 외국인 라울 알칸타라에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딜런 파일을 선택했다. 알칸타라는 기대대로 활약 중이지만, 딜런은 부상과 부진 끝에 결국 한국을 떠났다. 딜런 대신 두산에 돌아오게 된 브랜든은 올 시즌은 대만프로야구(CPBL) 라쿠텐 몽키스 유니폼을 입고 11경기에 선발등판해 67이닝을 소화하며 5승 4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 꾸준히 뛰어온 만큼 빠르게 실전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두산 관계자는 "브랜든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타점 높은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올해 CPBL에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평균자책점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였다"고 재영입의 이유를 밝혔다.한편 브랜든은 16일 오후 KE186편을 통해 입국 예정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6.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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